미니멀라이프

1.세탁기가 고장났다.

shinnr04 2020. 6. 15. 14:18

 

 


 

고장난세탁기

 


 

 

 

 

 

6년 정도 사용한 세탁기가 고장이 나고야 말았다. 

 

어쩐지 전조증상이 보였더랬다. 몇 주 전부터는 세탁물에 플라스틱 조각들이 섞여서 나왔는데 이게 뭐지? 하며 무심코 넘겼었다. 몇 달 전부터는 도무지 먼지조차 제거가 잘 안돼서 두어 번 다시 빨거나 몇 번씩 헹굼을 한 세탁물도 손으로 다시 헹궈 너는 둥, 세탁기를 쓰면서도 손이 많이 갔다. 

 

아이들 옷에 묻어 있었던 한 두 개의 밥풀이 온 옷에 덕지덕지 발라져서 나오기도 하고,  양말에 있던 먼지들이 다른 옷에 다 엉겨 붙어있거나 빨래를 한 후에도 후두둑 떨어졌다. 오히려 세탁기에 있는 물때 같은게 다시 묻어 나오기도 했다.  업체에 맡겨 세탁기 청소도 작년에 했었는데도...'이럴거면 그냥 안 빠는게 더 깨끗하겠다'싶을 지경이었다. 

 

 그래도 손빨래는 싫으니 형식적으로라도 부지런히 돌렸었는데, 자꾸 에러코드가 뜨는거다. 물도 안빠지고..겨우겨우 다섯번만에 탈수에 성공했다. 가서 열어서 살펴보니 통돌이의 돌림판이 들려 있었다. 보니 돌림판 가운데 부분이 다깨져서 따로 나뒹굴고 있었던 것. 어떻게 돌림판 그 두꺼운 플라스틱 부분이 다 깨질수가 있나. 수평이 안 맞는 것도 아니고. 거기다가 겉케이스도 살짝 깨져있었다. 수평은 분명 잘 맞았다. 소음없이 잘만 돌아가던 세탁기였으니까. 이건 내구성에 문제다. 

 

 세탁기를 열심히 탓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쏙 마음에 드는 세탁기를 구입한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내 마음에 100% 흡족하게 차지 않는 물건은 사용하면서 두고두고 아쉬움을 불러일으키다가..결국에는 화를 불러일으킨다. 돈을 좀 쓰더라도 물건을 살 때는 꼭 마음에 드는 것을 살 것! 다시 한 번 마음에 새기고 ㅋㅋㅋ

 

 신혼 때 세탁기를 고르면서 사실 새하얀 드럼세탁기를 사고 싶었지만, 가격이 월등히 비쌌다. '알뜰'이 컨셉이었던 나는 통돌이를 선택했고, 그마저도 S사나 L사 브랜드가 아닌 20만원 가량이 더 저렴한 D사 브랜드를 골랐다. 용량도 원래 내가 사려던게 아니라 주변 누가 이불 빨려면 더 큰 걸로 해야 한다고 해서 2kg더 큰 걸로 샀다. 

 그래서 쓸 때마다 단순 심리적인 거였을까? 플라스틱 내구성이 약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고, 섬유유연제 넣어놓는 칸에 넣어두면 잘 빠지지가 않았으며, 괜히 더 깊은 용량을 택해 애매하게 까치발을 들어야 바닥까지 세탁물을 꺼낼 수 있어서 힘이 들었다. 세탁 할 때 마다 은근 짜증이 났다. 

 그리고 자취할 때 옵션으로 써봤던 드럼세탁기와 달리 속이 시원하게 보이지도 않았고, 통돌이의 특성상 다 빨고나면 옷이 휘휘 감겨있고, 빨래망을 쓰는 것도 귀찮아하다보니 옷 소매들이 이리저리 엉키고 설켜 잔뜩 늘어나 있는게 싫었었다. 

 

  일단 고장이 났으니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하루종일 시간 간격을 띄워서 내내 신호음이 가게끔 스피커폰으로 연결을 시도해봤으나 상담원의 목소리와는 닿지 못했다.  그리고 한 번 걸때마다 누르라는 버튼은 어찌나 많고 안내멘트는 왜 그렇게 많은지 (모든 고객센터의 특성이고, 나도 고객센터 종사 경험자 이지만,,,고객으로 걸 때면 답답..)어찌된 일일까. 그렇게 문의가 많나. 운영은 하는게 맞겠지?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금쪽같은 하루를 고객센터와의 통화 시도로 다 날려버릴 수는 없다. 일단 그 날은 포기하고 생각해보기로 했다. 

 

 일단 연락이 되어서 부품을 살 수 있다 쳐도 부품만이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부품만 살려고 치면 집요하게 인터넷으로 모델명 부품명 검색해서 당장 찾아봤을 터. 아무래도 출장기사님이 나와서 세탁기의 상태를 살펴봐야 할 것 같다. 그러면 출장비용이 들테고, 만약 고쳐야 한다면 AS비용이 든다. 그 비용이 세탁기를 차라리 새로 사는게 나은 비용일 수도 있다.  신혼 때 TV를 사고 2년뒤에 파워보드가 나가 20만원을 주고 리퍼 제품으로 고쳤는데, 그 2년뒤에 또 메인보드가 나가서 또 20만원이 든단다..50만원 채 안 주고 산 TV였는데,,..그 부품을 간다고 해도 또 언제 고장날지 몰라 그냥 중소기업 TV로 작년에 새로 구입한 기억이 떠올랐다.  왠지 또 그런일을 겪을 것 같았다. 

마음에도 안 드는 세탁기..

 

일단 생각을 해보자. 

빨래 며칠 못 한다고 생존에 크게 지장 없으니...

 

-2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