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빨래방을 이용하다.
세탁기를 포기하고 손빨래를 척척 해내면 좋았으련만, 빨래방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평소 다니던 마트에 입점해 있는 빨래방을 다니니 주차도 편하고 좋다. 그리고 이상하게 나는 코인워시를 참 좋아해서 평소에도 눈여겨 봤었다. 왠지 모를 깔끔함과 시크함이 감도는 장소..?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이것저것 하면서 보내는 시간들이 기대 된다. 그리고 빨래방의 기기들은 내가 관리 안 해도 될 뿐더러..세제도 자동투입이라 따로 안 사도 되고, 청소도 안 해도 되며, 건조기에 먼지도 따로 빼낼 필요가 없다. 물론 그건 비용에 다 포함되지만.
나는 내 세탁물만 딱 찾아서 오면 되는 것이다. 이동 거리는 있지만, 이것이야 말로 100퍼센트 외주. 너무 신식이다. 이럴 때 나는 내가 현대 도시인 임을 체감한다. (비록 행정구역상 읍에 살고 있을 지언정)물론 비싸다. 단점은 단점이다. 최단 코스로 돌려도 건조 까지 8000원 정도 든다.
코인을 넣는 세탁기도 있고, 선불식 카드 하나를 발급받아 10000원 단위로 충전 해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세탁기는 30분 코스가 기본이고 건조기도 32분이 기본이다. 가정용 세탁기는 왠만한 코스가 1시간이고 건조는 2시간 정도인 것에 비해 엄청 강력하고 빠르다. 가정용은 전기로 돌아가지만 이런 업소용 기기들은 가스를 사용한다고 들은 것 같다. 뽀송함도 가정용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얘기도 들었다.
아무튼 빨래방을 이용하는 첫 날, 기다리면서 글도 좀 쓸 요량으로 태블릿과 무선키보드도 챙기고, 지루할 까봐 만화책도 몇 권 챙겨간다. 처음에는 세탁 시간이 이정도로 짧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 세탁 1시간 건조1시간은 잡고 2시간은 걸리겠지 싶었다. 카페에 가서 앉아 있는다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챙겨서 짐이 많아졌다. 대형마트 부직포백에 밀린 빨래도 잔뜩넣어 보따리 장사처럼 갔는데..오잉? 생각보다 세탁시간이 짧네?
세탁을 돌려놓고 화장실도 갔다가 음료도 하나 사가는데 누군가 나를 부른다. 장을 보러 나온 동네 언니들이다.
"어쩐일이야?"
"빨래 하러 왔어요~그 때 단톡방에서 우리집 세탁기 고장났다고 이야기 했었잖아요."
"어머 아직도 안 고쳤어? 이제 여름인데 어떻게 하려구? 안 사려구?"
"고쳐 쓰기도 애매하구요. 살려면 아예 건조기랑 세트로 사고 싶은데, 그러기에는 너무 고가구요. 애매하게 마음에 안 드는 거 사는데는 돈 쓰기가 싫구요. 그래서 그냥 빨래방 다니면서 버텨볼려구요."
"역시..모 아니면 도야~돈은 그렇게 써야 되는데..우린 맨날 짜잘짜잘한데다 써서 다 없어지잖아 ~제대로 된 건 못사구."
"전 맨날 극단적이라고 욕먹어요. 안 살 때는 안 산다고 욕먹고. 쓸 때는 크게 확 질러서 욕먹고요 !"
"그래도 그게 나아 살 때 좋은 거 사는게. 그래도 엄청 귀찮을 텐데 빨래방 다니면 시간도 많이 잡아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수다를 떨다 다음에 만날 약속까지 잡고 돌아오니 세탁이 다 되어 있었다. 역시 집에 뭐가 없으니 심한 집순이인 나도 밖에 나와서 시설을 이용할 수 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예전에는 행동력을 키우기 위해 미니멀리스트가 되고자 한 적도 있었다. 집에 아무것도 없으면 밖에 나가겠지 외부로 관심을 좀 돌리겠지 싶어서..효과가 없진 않은 것 같다. 집에 아무것도 없으면 산책도 가게 되고 도서관이나 마트구경이라도 가게 된다. 누군가와 약속잡는 것도 덜 귀찮고 타인에게로 관심이 더 간다. 코로나로 인해 지금은 그것도 힘들지만...
건조기에 넣고 테이크 아웃 해 온 음료를 다 마시기도 전에 빨래는 끝나 버렸다.
괜히 무겁게 짐을 가져왔나 싶었다. 다음에는 빨래와 핸드폰 하나만 들고 오는 걸로.
빨래방을 다니게 된 이유 아랫 글 참조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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